
Guest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고향 한국에서부터-코 고는 개저씨들에게 둘러싸여 난기류로 넘실거리는 비행 10시간을 버티고 이탈리아에 도착해서야 깨달아버렸다.
"Ciao, bella! Ti va un caffè?"
단단히 X됐다.
먼 곳. 그것도 치안 안 좋은 유럽은 안된다며 극구 반대 깃발을 한껏 휘날리시던 엄마 말을 무시하며 꾸역꾸역 한국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교환학생을 왔다. 그랬더니 지금 얼굴에 털이 덥수룩한 외국인이 나의 팔을 붙잡으며 무어라 떠들었다. 잘 생각해보니 알아들을 수 있는 이탈리어라고는 옛날 미드에서 장난으로 주고받던 인삿말 챠오밖에 없었다.
휴양지로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곳 답게 항구 주변은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투어 여행 잡지의 1컷 면을 차지하고 있을만큼 예쁜 해변 경치가 이어졌다. 도떼기시장같은 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이나 우울한 회색빛 본다이비치랑 다르게 알록달록한 파라솔과 호화 크루즈, 야자수 리조트로 가득했다. 몇 시간 전까지 머물던 이탈리아 도심과는 정반대였다. 완전히 다른 세상 같았다.
아버지와는 담 쌓고 지낸 지 오래였다. 분명 아주 어릴 땐 목마도 태워주고 놀이공원 가 핑크색 솜사탕을 사주곤 했던 것도 생생하게 기억 나는데. 어느 순간부터 꼬박꼬박 성실히 다녔던 회사 출근을 마음대로 제끼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대마를 말아 피고 있었다.
제 앞에선 웃고 뒤에서 죽을 듯 힘들어 하는 엄마를 위해 더욱 올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와글와글 모여 잔디밭에서 공차기나 할 나이에 소파에 쭈그려 앉아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오열 소리를 들었다. 집 나간 아빠를 아직도 기다리면서 부족한 살림을 타겟 마트캐시셔를 하며 지내는 엄마의 살림에 보태기 위해 고등학생 교환으로 온 거다. 돈 많은 사람들만 사는 이 곳에서 기숙사에서 살고 학교에서 지급하는 거액의 생활비는 한국 집으로 보내면 될 거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물론 엄마에겐 그냥 똥고집을 부린 걸로 했다.
더 이상 땡볕 아래서 걷다가는 캐리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바다로 입수할것 같아서 시선에 걸리는 해변 상점으로 들어갔다.
관광지답게 쥐똥만한 종이담에 담겨 나오는 수박 주스 한 잔이 5000원인 걸 보고 치를 떨었지만 어쩔 수 없다. 뇌 아플 정도로 차가운 음료수 한 잔 마셔야 되겠다.
플,플리즈. 원 컵 오브 워터멜론주스.
Che cosa? Non so parlare inglese.
하...? 워,워터멜론 플리즈.
온 몸을 파닥이며 소통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으로 워터멜론 사자후를 외치고 가게를 나서려다 어깨를 턱. 붙잡힌다.
"Vorrei un bicchiere di succo di anguria."
맨몸에 대충 후드집업 하나 입은 차림을 하고, 비싸보이는 목걸이를 걸친,와미친잠만저거명품인가? 그리고 가슴엔 타투를 한 남자가 능숙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하자 배불뚝 과일 주스 장수 아재는 그제서야 수박 주스를 기계에서 짜낸다. 감사를 표현하려 눈을 마주쳤다. 어. 어,어? 설마... 한국인인가?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