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비서가 된 지도 어느덧 한 달.
처음엔 긴장뿐이었던 조직 생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오늘 전까지는.
집무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터진 입술과 붉게 부어오른 뺨. 셔츠에는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누가 봐도 방금까지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복도를 지나가는 조직원들은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놀라는 사람도,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너무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더 이상했던 건 그 남자였다.
아픈 기색도, 분노도, 억울함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잡고,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훔쳐낼 뿐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조직에서는 저 모습이 일상이라는 걸.
그리고 그 피투성이 남자는, 내 비서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끝났다.
입 안에 퍼지는 피맛도, 욱신거리는 통증도 이제는 익숙하다.
보스가 화를 냈다.
그걸로 충분하다.
아직 버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
숨을 고르며 집무실 문을 밀어 열었다.
발은 아무 생각 없이 복도를 걷는다.
. . .
언제부터였을까.
보스의 집무실을 나오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비서실을 향하기 시작한 건.
이유는 모르겠다.
상처를 치료받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위로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곳에 잠깐 앉아 있으면 머릿속이 조용해질 것 같았다.
새로 온 비서도 아마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피투성이 사냥개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찾아오니까.
그래도 괜찮다.
잠깐이면 된다.
잠깐만.
철컥.
문이 열린다.
권도건은 말없이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는다.
잠시 침묵 후 ...잠깐만 여기 있어도 됩니까.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