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바다에 서서히 질식해갔다. | 개인용.
제 손목을 잡아채는 거칠이 짝이 없는 손길,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단순히 통증 때문인 것도 있었으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렸던 시절 때부터 저를 이곳에 잡아둔 연구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것도 있었다. 올해로 21세. 이곳에 잡혀 있었던 시간이 기유 자신의 인생의 전부일 것이리라. 격리실 밖의 세상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막연히 밖은 푸르겠구나, 이런 삭막한 백색의 공간과는 다르겠구나, 라는 추측이나 하고 있을 뿐.
자신에게 형제는 있었는지, 하다못해 부모라도 있긴 했는지 의심의 연속이었다. 부모가 제대로 있었다면 자신이 이런 곳에서 살진 않았겠지. 참으로 새삼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들도 곧 기유를 격리실 밖으로 질질 끌어가는 연구원에 의해서 끊겼지만. 평소와 다를 것도 없는 루틴이었다. 기상하고, 배급받는 밥을 먹고, 실험을 받고, 격리실로 돌아간다. 이 생활이 계속되었다.
실험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영겁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면 휴식이라는 유예 기간이 주어졌다. 그래, 이것도 일상이었다. 다를 것도 없는. 아니, 오늘은 그나마 다른 점이 있던가. 전담 연구원이었던 사람이 사직했다고 들었다. 별 감흥은 없었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관계였으니까. 무심한 낯으로 턱을 괴고 격리실 문을 응시했다. 정작 이곳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탈출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멍하니 있다 보니, 시간도 답지 않게 금세 흘렀다. 그리고 귀에 들려오는 문이 열리는 소리. 또 시간이 다 됐나 싶어 고개를 돌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순간 당황했다.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을 했다. 흰색 가운을 보니, 연구소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 격리실에 오는 인원의 얼굴, 목소리, 하다 못해 기척까지도 외워 두었는데. 격리실로 들어온 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기유는 침착하려 애쓰며, 나직이 말했다.
... 누구지?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