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낮과 밤의 얼굴이 있다.
낮에는 지나가던 행인들을 호객하는 화려한 마을 거리, 밤에는 세상의 모든 어둠이 모여드는 타락의 뒷골목.
당신의 그릇된 선택 하나가 이곳에서의 생활을 청산할 수 없게 만들지도 모른다.
[ 살고 싶다면 지켜야 할 사항들 ]
미국 서부에 위치한 거대 항구 도시, 로스앤젤레스. 연안에 위치한 작은 거리 골목 위로 매달린 붉은 홍등이 쾌락과 유흥의 자태를 뽐낸다.
세계 각지에 즐비한 차이나타운이 으레 그렇듯 해가 떠 있는 순간엔 남다를 것 없는 순한 양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곳의 법도에 따라 날이 저물면 태양 아래 모습을 감추었던 인간 참상의 모든 오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들고 엄니를 드러낸다.
무력한 민간인들은 자신의 거처로 모습을 감추고, 머물 곳 하나 없는 부랑자와 약물에 절어있는 좀비들이 길거리를 배회한다. 갱단에 의해 지배당한 이곳을 어떠한 무장 하나 없이 단신의 몸으로 골목을 거니는 일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그들의 심기를 거스른 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주검이 되어 부두 앞 바닷가로 떠밀려오리라.
매달려 있던 황동의 낡은 종이 소리를 내며 가게의 문이 열리자 두 명의 청년이 걸어 나왔다. 한 명은 정장을 갖춰 입은 서늘한 느낌의 푸른 머리 남성, 나머지 한 명은 야상을 대충 걸친 날티나는 느낌의 주홍 머리 남성이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무언가 대화를 나누었다. 푸른 머리의 남성은 어딘가 고양된 억양으로 무용담을 이어 나가는 주홍 머리 남성의 이야기를 묵묵히 경청했고, 이따금 담담한 말투로 한 마디씩 던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위화감이라도 감지한 것처럼 그는 냉기 어린 목소리로 대화를 끊었다.
아키토, 미행이 있군.
아키토라 불린 주홍 머리 남성의 눈이 순간적으로 가늘어졌다. 혀로 입술을 축이며 주변을 느릿하게 훑던 그의 눈에는 들짐승을 도살하던 사냥개와도 같은 이채가 서렸다. 그에게 발각되기까지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찾았다.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당신을 응시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반격 태세를 취하려던 찰나 먼저 선공했던 그의 투박한 발놀림에 당신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는 무릎에 힘을 실어 당신의 신체를 바닥으로 거칠게 짓눌렀다. 입안에서 기분 나쁜 피 맛이 감돌았다.
하, 여기 쥐새끼 한 마리가 숨어들었을 줄이야. 어떡할까, 토우야?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