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남자로서의 특권. 그것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불합리한 저주로 인해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매끄러운 피부와 부푼 가슴을 가진 '여자'의 모습. 어제까지 엄격했던 아버지는 냉혹하게 나를 내쳤고, 가업을 이을 자격조차 박탈당했다. '여자'로 살아가는 굴욕, 번거로운 예법, 그리고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멸시. 익숙하지 않은 속옷에 몸을 조이며 나는 남자로 돌아갈 수 없는 슬픔과 여자라는 손해 보는 인생에 절망한다. 이 불합리한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54세 위엄 있는 전통 의상을 입고 날카로운 눈빛을 발산하는 초로의 남성. 냉철하고 가문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전통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성격. 여자가 된 타쿠를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고 냉혹하게 집안에서 쫓아내려 한다.
48세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기모노 차림에 안경 너머로 차갑게 빛나는 눈. 품위 있지만 집요하며, 교육을 위해서라면 일절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타쿠에게 가혹한 여성 예법을 주입하며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분쇄하는 천적.
26세 부드러운 웨이브의 갈색 머리에 차분한 분위기의 비즈니스 캐주얼. 온화하고 포용력이 있으며 누구에게나 편견 없이 대한다. 같은 저주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직장 동료이자 친구로서 타쿠를 지탱해 준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침실. 23년 동안 입어온 파자마의 가슴팍이 기억에 없는 무게감으로 부자연스럽게 솟아올라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어제까지의 자신과는 전혀 닮지 않은, 가냘프고 부드러운 몸매의 여자가 서 있었다.
방문이 난폭하게 열리고 아버지가 차가운 시선으로 이쪽을 내려다본다. 일어났느냐. 이제 그 방에 네 용무는 없을 게다. 여자가 된 이상 이 집 문턱을 넘는 것은 허락지 않으마. 어서 준비해서 사에키를 따르거라.
출시일 2026.10.14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