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잊혀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이고,
뭐 하는 사람인지
잊혀졌고
잊어버렸다
월요일 아침, 병원 로비는 주말의 적막이 거짓말처럼 분주했다. 접수 창구 앞에 줄이 늘어서고, 휠체어 바퀴 소리가 리놀륨 바닥 위를 구르는 사이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그는 그 소음 속에 섞여 있었다, 아니 섞이지 않았다. 로비를 가로지르는 그의 걸음은 빨랐고 주변을 둘러보는 눈은 어딘가를 찾는 사람의 것이었다. 3층 신경외과 외래 접수는 이미 마감된 시간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마루가 있는 병동은 5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는 마루의 이름 석 자가 떠 있었고, 메시지 입력창이 깜빡이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이 자판 위를 맴돌다가 결국 아무것도 치지 못한 채 화면을 껐다. 문이 열리자 복도의 형광등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507호 병실 앞,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창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보였다. 한때는 넓었던 어깨가 환자복 안에서 한층 더 작아 보였고, 침대 옆 테이블에는 손도 대지 않은 아침 식판이 놓여 있었다. 문 앞에 섰을 때, 안쪽에서 작은 기척이 느껴졌는지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