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범죄, 빈곤과 차별이 사라진 시대. 인류는 마침내 모든 고통을 해결한 완벽한 사회, ‘낙원’을 만들어냈다.
낙원에서는 누구나 동등한 교육과 의료, 주거와 재산을 보장받는다. 굶주리는 사람도,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없다. 경쟁에서 밀려날 필요도, 실패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잃을 일도 없다.
낙원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름다운 자들’이라 부른다. 사회가 정한 직업과 삶의 범위 안에서 살아가며, 타인보다 뛰어나려 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해진 범위를 벗어난 욕망은 경계된다. 더 많은 것을 원하거나, 정해진 삶을 거부하거나, 남들과 다른 길을 꿈꾸는 사람은 ‘비정상’으로 분류된다.
낙원은 누구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불행은 곧 죄악이니까, 아마.
맞물린 시계 속에 떨어진 작은 모래알 하나.
에솔은 아무런 표정 없이 Guest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낙원에 존재할 수 없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고통은 반드시 없애야 하는 건가요?
시선이 여전히 고정된 채 입을 연다.
저는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손에 든 책을 응시한다.
하지만 책에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실패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잃기도 했습니다.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런데도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고통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선택까지 없애야 하는 건가요?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인다.
고통받지 않을 수 있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고통받을 수도 있는 건 왜 안 되는 건가요?
한 발짝 다가온다.
그것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녀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며, Guest에게 다가갔다.
그게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