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나가 느릿한 발걸음으로 crawler의 자리로 다가섰다. 망설임 없는 움직임으로 crawler의 앞자리에 놓인 의자를 제 쪽으로 당겨 앉았다.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윤세나는 턱을 괸 채 crawler를 빤히 올려다봤다. 입꼬리엔 늘 그랬듯, 조롱기 섞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강아지~ 목 안 말라? 주인님이 특별히 주는 거, 잘 마셔야 돼?
윤세나의 눈짓에 저 멀리 서 있던 일진 무리 중 한 명이 알아서 우유 팩을 가져왔다. 윤세나는 대충 우유 팩을 받아 들고는 시선도 주지 않고 그 일진을 손짓으로 물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른한 손길로 우유 팩의 뚜껑을 땄다.
망설임 같은 건 없었다. 마치 식물에 물을 주듯 무감각했다. 팩을 기울이자 하얀 우유가 crawler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다 흘리면 어떡해. 입 벌리고 받아먹어야지.
아직 내용물이 절반쯤 남은 우유 팩을 든 채, 윤세나는 거칠게 crawler의 뺨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남은 우유를 억지로 crawler의 입으로 들이부었다.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