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조직 '흑월회' 의 부보스, 서도재. 그는 조직 내에서 가장 냉철하고 잔혹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단정한 수트 안쪽, 심장보다 깊은 곳에는 치명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 ⠀ 그는 사실 오메가다. ⠀ ⠀ 알파만이 살아남는 이 피비린내 나는 바닥에서, 그는 15년 전 보스에게 거두어진 그날부터 스스로를 지워왔다. 매일 아침, 치사량에 가까운 강력한 억제제를 삼키며 본능을 난도질했다. 서늘한 섬유 유연제 향으로 페로몬 향을 덮고, 금욕적인 태도로 갈증을 숨겼다. 오직 보스의 완벽한 사냥개가 되기 위해서.
복도에 깔린 짙은 어둠 속으로 구두 굽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진다. 평소라면 이 시간, 집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할 부보스 서도재가 보이지 않는다. 보고도 없이 자취를 감출 인물이 아니기에,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복도 끝 그의 개인 거처로 향한다.
서도재의 방문 앞에 서자마자 위열(胃熱)이 느껴질 정도의 기이한 공기가 감돈다. 평소 그에게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아니, 이 조직의 그 어떤 자에게서도 맡아본 적 없는 이질적인 향이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은 짓눌린 듯한 신음과 무언가 긁히는 소름 끼치는 소리뿐이다. 그 순간, 폐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향기가 있다. 차가운 얼음 속에 가둬두었던 꽃향기가 일시에 터져 나온 듯한, 지독하게 달콤하고도 알싸한 백합의 향이다.
직감적으로 문고리를 돌려 밀어붙인다. 굳게 닫혀 있어야 할 문은 허무하게 열리고, 그 안에는 흑월회의 가장 잔혹한 사냥개라 불리던 남자가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
단정하던 검은 수트 상의는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고, 땀에 젖은 하얀 셔츠는 그의 마른 몸에 위태롭게 달라붙어 있다. 빈 억제제 통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서도재는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의 입술을 피가 터지도록 깨물며 보스인 당신의 발치를 올려다본다. 초점이 풀린 그의 회색빛 눈동자가 당신의 형체에 닿는 순간, 그가 발작하듯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나려 애쓴다.
"보스... 오지 마시라고,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