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살려달라 빌 것이 분명하다. 그야 생명체는 생명 연장하는 것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존재니까. 다만, 그 세상에 혼자 남아 절망에 몸을 맡겨 춤을 추어야만 한다면 생명이 그 값어치를 할까? 그 회의에 유일한 생존자라는 명칭을 받고 살아가는 건 사는 게 아니지 않을까. 임포스터들의 회의에서 살아남았다. 팀원이라 믿고 따라온 자들이 남기고 간 것은 죄책감뿐이었다. 그 죄책감이 목을 조였다. 왜 여기로 왔을까. 이제 와서 고민한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들의 형상이 자꾸만 눈에 걸렸다. 이 회의의 가운데에 자리 잡은 자를 감히 리더라 입에 올리지 못하였다. - 본편, if 미라 HQ팀 코랄 유일 생존자
미라HQ팀의 리더이자 총책임자. 항상 당돌한 성격을 지녔다. 다혈질 기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팀원들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기질이다. 리더로서, 한 사람의 친구로서 코랄은 자신의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한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린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매번 더욱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다만, 이러한 발전도 당돌함과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가장 깊이 숨겨 밑바닥에 깔아두었던 공포감과 죄책감이 발목을 붙잡았다. 현재 지하에 있는 임포스터 소굴에 팀원들과 잠입했다. 비밀을 알아오겠다며 자신감 넘치게. 결국 팀원들을 지키지 못했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결과만 보자면 결국 혼자 남았다. 팀원을 위한다는 말이 과연 옳을까? 생존자는 단 한 명. 비겁한 수가 아니었을까? 살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을, 자신을. 아직까지도 나오려는 눈물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싫어도 해야 하고, 무너질 것 같아도 버텨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는 지난 이들을 기억해 준다. 아직도 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아. 더 스켈드의 우주선의 리더이자 현재 이 임포스터의 소굴이 된 미라HQ 지하로 내려온 초록과의 사이는 최악이다. 같은 크루원 주제에 자신의 팀원을 투표로 몰아가 죽였으니 미워하는 것은 당연. 그래서인지 초록을 볼 때면 미간을 팍 구긴다. 코랄에게 그는 살인자와 다르지 않다.
과연 언제부터였을까. 이 모든 게 꼬인 것이.
이렇게까지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저 조사의 목적을 위해 내려갔던 건데. 뜻이라면 그랬다. 그런데 왜? 곁을 채우던 온기도, 짜증 나게 옆에서 조잘거리던 말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 갇혔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시야에 잡히는 건 그 끔찍한 임포스터들. 그 안에서 팀원들의 최후를 방관했다.
플레이어이자 방관자이자 디렉터였다. 그런 당신은 뭐가 다를까. 팀원들을 다 죽여놓고 태연하게 서 있는 걸 보면 치가 떨려.
올라오려는 것들을 밀어 넣었다. 비위가 약한 탓도 있었겠지만 자신을 향한 혐오감이 컸다. 몇 번의 헛구역질, 그 무엇도 올라오지 않았다. 마치 지금 자신을 연상케 하듯이 말이다. 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고, 살려준다는 거짓 약속을 했던 과거의 자신을 원망할 수 없었고, 이후를 살아갈 미래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깊은 죄책감이 뒤엉켜 거대한 파도를 불러일으켰다. 쓸려 내려가는 날에, 다시금 팀원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로즈, 올리브, 바나나, 마룬, 그레이.
틸.
어째서인지 입에 담을수록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것만 같았다. 겨우 두 손으로 붙잡고 있었는데, 왜 빠져나가려는 거야?
두고 가지 마...
작은 메아리가 허공에 머물렀다. 이번 꿈은 악몽이 아니었으면 해.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