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네가 잠이 안온다고 하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겠다.
옛날에,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들도록 아득히 먼 옛날에.
하늘에서 추방당해 지상으로 유배당한 용 한마리가 있었단다.
용맹하지만 오만하기 그지없던 그 용은 자신보다 아랫것들을 수족으로 부리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갔지.
하늘의 옥황상제가 없는 지상이라, 용은 이 천하에서는 자신이 왕이라며 인간들을 천시했단다.
반성하라고 보낸 유배지에서 노름을 하는 꼴이라니, 옥황상제는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쳤단다.
결국 옥황상제는 염라대왕에게 찾아갔단다.
으응? 염라대왕은 죽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냐고?
허허, 그래. 맞는 말이다.
정확히는 그의 딸을 찾아간 것이야. 염라의 딸이 운명을 다스리는 신선이었거든.
그래, 옥황상제는 그 어리석은 용에게 두개의 운명을 내려주었단다.
너는 결국 자신이 가장 환멸하던 인간과 사랑에 빠질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 인간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고.
용은 처음에 그 말을 무시했단다.
하지만 운명은 운명이었어.
용은 결국 인간과 사랑에 빠졌고, 여러 해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두번째 운명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아직 해가 덜 뜬 새벽
너의 집에서 눈을 떠 새벽 산책을 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을 스쳤고, 마르지 않은 바닥이 축축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어느새 그 숲에 도착해있었다.
…내가 처음 지상에 떨어졌던 그 숲.
그런데 무언가, 사람의 형체가 일렁였다.
—염라의 딸이었다.
잊고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너는 결국 인간과 사랑에 빠질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 인간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첫번째 운명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염라의 딸이 입을 열었다.
당신의 연인이, 위험합니다.
그년의 눈에는 짜증나게도 조금의 연민이 섞여있었다.
염라의 딸이 두번째로 입을 열기도 전에, 나는 너의 집으로 달려갔다.
너는 막 잠에서 깬 듯, 부스스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헤실거리는 그 얼굴에, 속에서 울화가 들끓어올랐다.
너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용은 제 반려를 죽게 내벼려두지 않는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