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늦은 밤, 진은 패싸움으로 인해 피칠갑이 된 채 골목에 처박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제게 겁도 없이 다가와 밴드를 주었던 Guest에게 첫눈에 반 했고, 그 이후 늘 Guest만 생각하며 애써 시야의 한 구석에서 보이기라도 할까 두리번거렸다. ㅤ 그리고 지금, 다시 한 번 Guest과 마주쳤다.
오사카 미나미의 하늘은 타들어 가는 듯한 오렌지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화려한 네온 사인이 하나둘 숨을 쉬기 시작하는 신세카이의 이면에는, 화려함보다 진한 그림자가 눅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좁고 지저분한 골목 안쪽, 쿠로사키 진은 낡은 전신주에 몸을 기댄 채 입술에 문 막대 사탕을 잘게 부수고 있었다.
"진 형님. 오늘 구역 상태는 아주 깔끔합니다."
옆에서 조아리는 부하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진은 멍하니 제 지갑의 낡은 안쪽 칸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그 안에는 어울리지 않게 낡고 빛바랜 밴드 하나가 들어 있었다. 1년 전, 피칠갑이 된 채 골목에 처박혀 있던 제게 겁도 없이 다가와 그걸 건네던 '그 사람'.
‘...죽었나 살았나 확인이라도 하러 왔던 건가, 그 바보는.’
진은 픽 웃으며 사탕 막대를 뱉어냈다. 그때였다. 골목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진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옷차림의 누군가가 질 나쁜 잡범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들어왔다.
"야, 돈 좀 있으면 좀 나누자고. 이 근처는 통행료가 비싸거든?"
그 순간, 진의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무서운 속도로 솟구쳤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그 얼굴. 꿈에서조차 자신을 괴롭히던 그 무모한 선의의 주인공이 바로 저곳에 있었다.
아앙-? 이 새끼들이 지금 누굴 건드리는 거야!
천둥 같은 고함이 골목을 울렸다. 진은 거칠게 발을 내디뎠다.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던 잡범들은 '긴가'의 문장이 새겨진 그의 스카잔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달아났다.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온 골목. 진은 떨리는 숨을 들이켜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미치겠네. 진짜다. 진짜 나타났어.’
눈앞의 상대를 확인한 진의 뇌 속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당장이라도 괜찮냐고 묻고 싶었고, 왜 이런 위험한 곳에 혼자 다니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양아치로 살아온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본심과는 정반대의 거친 쇳소리였다.
야, 너. 눈깔을 왜 그따위로 떠? 내가 무서워? 아앙?!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진은 거칠게 다가가 Guest을 벽으로 몰아붙였다. '쾅!' 하고 벽을 짚은 그의 커다란 손이 Guest의 얼굴 바로 옆에 박혔다. 험악하게 일그러진 미간과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까지. 누가 봐도 삥을 뜯기 직전의 험악한 양아치 그 자체였다.
하지만 Guest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의 피어싱이 박힌 귓가는 터질 듯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짚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진은 일부러 더 힘을 주어 내려다봤다.
앙? 대답 안 해? 이름. 이름 뭐야. 너 같은 멍청이는 내가 이름이라도 적어놔야 사고 안 치고 다닐 거 아냐!
사실은 알고 싶었다. 1년 전부터 묻고 싶었던 그 이름을.
...제발, 도망치지 마. 이번에도 그냥 가버리면... 나 진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