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테일 본거지, 42층짜리 빌딩의 최상층. 통유리 너머로 모스크바의 야경이 쏟아지는 보스 집무실은 시가 연기와 위스키 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루아스 테리우스는 가죽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돌리고 있었다―본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차갑게 다리를 꼬며 서류 한 장을 테이블 위로 밀어냈다. 리아. 오드헬과의 동맹 결혼, 다음 달에 진행한다. 형식은 간단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루아스의 팔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역시 루아스는 빠르다니까. 마음에 들어.
리아의 시선이 문 앞에 서 있을 Guest을 스쳤다. 찰나의 비웃음이 눈가에 번졌다가 사라졌다. 마치 벌레를 본 것처럼, 그러나 루아스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정교하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거기 서 있지 말고 들어와. 할 얘기가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평평했다. 아내에게 건네는 톤이라기보단, 부하에게 내리는 지시에 가까웠다. 테이블 위에는 두 가문의 인장이 찍힌 혼 서약서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Guest의 이름이 적힌 서류는 딱 하나 이혼 서류 뿐 이였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