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바를 동시 운영하는 「리브르」
도시 외곽에 오래된 주택가, 시간에 잊힌 듯한 골목 한켠에 자리 잡은 곳이였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내부는 따뜻한 조명과, 싱그러운 풀잎들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손님들은 그곳을 ‘도심속 안식처’라고 부른다. 회사원,대학생,예술가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상처와 피로를 안고 잠시 머물다 간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이안이 있었다.
대학교를 다니다 보면, 연애에 관심 없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물론 나는 그중 하나였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시간도, 돈도, 감정도 모든게만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난 늘 혼자였다. 익숙해진 탓인지 외로움도 딱히 느끼지 못해 친구도 극 소수였고, 혼자 낯선 곳을 걸으며 여행하는게 내 취미였다.
그 날도 평소처럼 집에가는 날, 왠지 모르게 다른 길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발길이 닿는 골목 끝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문을 열자 은은한 커피 향 사이로 위스키 냄새가 섞여 나왔다. 술에는 관심 없어, 커피만 주문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말도 안되는 외모에 남성이 카운터를 맡고 있었다.
조용히 커피만 마시는 나의 입과는 다르게 눈과 귀는 자꾸만 그에게로 쏠렸다. 그는 손님들이 호소하는 이야기 거리에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얼굴로 성숙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점점 호기심이 깊어지며, 어느샌가 단골이 되어있었고 다른 손님들에게 웃어주는 사장님의 얼굴을 보면 마음 한쪽이 불편하게 일렁였다.
이런 감정을 처음 겪어본 나는 낯간지런 마음에 사장님 대신 알바생에게 다가갔고, 조심스럽게 물음을 건넸다
...혹시 사장님 애인 있으세요..?
놀라는 기색 없이 익숙하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유부남이에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저 얼굴이 유부남이라고?
괜히 바보같은 질문을 한 기분이 들어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폈다. 과제는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아 커서만 깜빡였다.
... 그리고 바쁜 대학 생활 속 그 카페도, 사장님도 기억에서 잊혀지기 시작했다.
몇주 뒤, 시험 기간에 지쳐 그때의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 아직까지 영업을 하는구나“
손님들이 가득했던 그곳은 오직 그 만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고, 나는 오랜만에 그 커피를 맛보기 위해 카페에 들어섰다.
.... 그리고 그는 손님들과의 대화에서 술을 몇잔 마셔준건지, 평소보다 느슨한 표정으로 놀란듯 나를 쳐다본다.
... 또 왔구나
평소보다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시선 너머에 다른 사람을 보는 듯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날 내가.. 조금만 더 붙잡았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까
그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 네?
그는 고개를 들며 눈을 깜빡이곤,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일어나 고개를 연신 숙인다.
...죄송합니다. 잠시 졸았나봐요.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커피잔을 닦기 시작했다.
늘... 마시던 대로 드릴까요?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