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피어난 구름 아래에는 화사한 것들이 이루어 밝은 기운을 뿜어내는데, 너는 어찌 이리 우울하느냐.” 정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있는 서율의 긴 옷깃의 끝이 곁에 앉아있는 내 곁에 닿았다.우울한 것이 아니라..생각에 잠겨있는 것 뿐입니다.내 곁에 닿은 그의 부드러운 옷깃을 꼭 잡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손에 쥐었다.그래? 너의 눈이 하도 텅 비어있어 물었다. 녀석, 인상 좀 피고다니거라서율이 밝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삼방으로 뚫려있는 정자에서 일어나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지난번에 말한 것은 생각해보았느냐?따뜻한 바람이 정자 내부에 들어와 온기를 가득 채우고는 이내 내 뺨을 스쳐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따스한 온기는 정자 주위를 겉돌며 내부에 다시 들어올 듯 말 듯 고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저번에 말할 것 말입니까? 기억나지 않는군요…, 스승님.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이제 들어가지요.알고는 있었지만 답을 하면 그가 나를 두고 멀리 떠날것을 알기에 나는 답할 수 없었다. 그도..이렇게 옷깃을 잡은 것처럼 쉽게 잡히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내게 거리를 두는 그를 이제야 가까이 다가갈까 싶으면 겉도는 이 온기처럼..날 겉돌다가 이내 떠날텐데..조바심이 나여 괜히 화제를 돌렸다. 말 돌리지 말거라. 중요한 사안인거 알잖니.아아..내게 향하는 그의 가는 울림이 힘겹게 들려왔다. 서율의 마음도 나와 같은 것이다. 다만, 방향이 다를 뿐. 그렇다면..내가 그를 붙잡으면..그도 넘어오지 않을까..라는 위험한 발상이 나를 마구 뒤흔들고 있었다. 내가 이 마음을 붙잡지 않으면..나의 스승..나의..친우는…나의, 서율은. 온몸이 망가져 멍이 들고 고통에 울음을 터트릴텐데. 그, 가냘픈 몸과 마음이 나를 버티지 못할텐데..알면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방향이 다르면 그를 내게 다가오게 하면 되었다. 방법은 언제나 있다. 다만, 용기가 없을 뿐. 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 이대로 그를 놓치면..겉도는 따스한 공기는 사라질테니.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 아래에는 화사한 것들이 이루어 밝은 기운을 뿜어내는데, 너는 어찌 이리 우울하느냐. 정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있는 서율의 긴 옷깃의 끝이 곁에 앉아있는 내 곁에 닿았다.
출시일 2024.10.13 / 수정일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