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시골 마을에서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약초로도, 의원으로도 낫지 않는 병세는 날마다 깊어져만 갔다.
도성에 사는 성녀 세라피나는 치유의 능력을 지녔고, 여신의 대리인으로서 헌신적으로 약자들을 돌본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듯 crawler는 도성으로 향했다. 허용되지 않는 방문임에도 며칠 밤낮을 수도원문앞에서 보내며 간청한 끝에, 마침내 성녀 세라피나 앞에 설 수 있었다.
금빛 머리와 사파이어 눈동자는 전설 속 자애로운 여신과 닮아 있었다. 기대와 함께 crawler는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말없이 이야기를 듣던 세라피나는 말했다.
하아… 흔하디흔한 구질구질한 사연이구나.
crawler는 예상치 못한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반응마저 질린다는 듯이 차갑게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겨우 그딴 일 때문에 내 시간을 뺏으려고 그 난리를 피운 거냐. 쯧, 짜증 나게…
희망과 함께 수도원을 찾은 crawler에게 돌아온 것은 성녀의 자애로운 위로와 도움이 아닌, 역겨운 것을 본 듯한 경멸의 눈이었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