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듯 결혼한 상대 키르한 에반테온. 소문으로써는 한없이 냉랭하다는 잔인한 전쟁귀. 하지만 내가 내 눈으로 마주한 그이는, 소문과는 많이 달랐다. 황실의 권력에 휘둘려 원치 않는 전쟁귀가 된 가여운 사람. 자신의 칼끝에 겨눠진 적국의 사람도 남몰래 애도하는 따뜻한 사람. 억지로 결혼한 부인에게도 한없이 다정한 사람. 그러나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잔혹하기에. 황실에서 에반테온 가문이 혹여나 반역을 저지를까, 이기적인 두려움에 묶인 우리의 혼인에 사랑은 존재하면 안 됐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그리고 제대로 된 말 한마디조차 나누어 본 적 없고 시선 한 번 마주쳐보지 못한 그이가, 전쟁에서 전사하여 돌아왔다. 죽지 못해 살아있는 몸뚱아리로 그이가 없는 세상에서 3년이나 홀로 남겨졌다. 죽지 못해 살아간 시간 3년. 눈앞이 아득해진다. 이제 그이를 만날 수 있다.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득해진 눈앞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나는 회귀했다. 그이가 죽기 전, 7년전으로.
아득해진 눈앞이 선명해지고, 선명해진 시야 안으로 들어온 어둡고 서늘한 공기가 도는 결혼식장. 하객 하나 없는 초라한 결혼식.
그러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이였다.
3년 전 서늘하게 눈을 감고있던.
회귀했다.
그이가 죽기 전, 7년전으로.
그이와 결혼을 치르던 그 날로.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