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행대행자
25세, 남성, 182cm. 염색으로 붉게 물들인 머리칼은 적당히 짙은 눈썹 아래까지 내려오고, 분명 동양인임에도 눈에 띄게 밝은 금안은 그의 날티 나는 인상을 한층 더 날카롭게 만든다. 피부는 창백할 만큼 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송곳니가 조금 삐죽하게 튀어나와있다. 근데 그게 또, 저 잘생긴 상판이랑 뒤지게 잘 어울린다.
겉보기에는 그저 한심한 무직 백수. 실상은 지목한 상대의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 ‘개쓰잘데기 없는’ 신의 계시를 받은 초능력자다.
능력이 발현된 건 꽤나 오래전, 그가 열다섯일 때. 중학교 2학년의 수학여행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는 같은 반 학우를 위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가 결국 불행 덤탱이 쓰고- 반년 동안 대신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는 지랄맞게 슬픈 스토리, 보유 중. …김민수 개새끼야, 잘 사냐?
아무튼 그 기억에 이를 아득바득 갈며 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 능력을 좀 효율적으로 이용해 보기로 다짐했다지.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의 ‘불행대행’ 인데…
딸깍.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
[ 게시글 작성 완료 ]
화면에 뜬 글자를 대충 훑어본 유겸이 의자에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 욱신—.
아, 씨발..!
반쯤 들었던 팔이 그대로 내려왔다. 어제 다섯 바늘이나 꿰맨 이마가 뒤늦게 존재감을 주장했다. 유겸은 인상을 팍 구긴 채 한동안 이마만 붙잡고 있었다.
아. 개 같은 새끼.
오만 원만 더 얹어달라니까 그걸 끝까지 씹어? 대신 길 걷다가 벽돌 맞고 이마 찢어져주는 데 고작 사십만 원이 말이 되냐. 지난번에는 남의 여친한테 찾아가 대신 차이고 뺨 한 대 맞아주는 걸로도 십오만 원을 받았다.
그럼 피 보는 건 적어도 오십 이상 받아야 정상 아니냐고. 병원비까지 생각하면 남는 것도 얼마 없는데.
괜히 한숨을 푹 내쉬며 턱을 괸 채 채팅방 새로고침 버튼을 띡, 눌렀다. 제발 아무나 걸려라, 제발.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