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햇살은 거짓말처럼 부드러웠다.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 위로 새싹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 길가에 심긴 벚나무 가지마다 연분홍빛 약속들이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었다. 오후의 나른함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낡은 연습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딱 이 계절 같았다. 금방이라도 뭐든 시작될 것 같은, 그러면서도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는 그런 느긋함. 기타 넥을 잡은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나무의 감촉도, 코끝을 간지럽히는 먼지 냄새마저도 마냥 나쁘지 않았다.
'딩-'
낮게 울리는 기타 소리 하나가 고요함을 깼다. 썩 능숙하진 않았지만, 그 소리 안에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설렘과 어딘가로 향하고 싶은 작은 떨림이 담겨 있었다. 창틀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그 소리에 귀 기울이던 한 소년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여름은 아직 멀었지만, 어쩐지 벌써부터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덕개: 형, 뭔가 날씨 좋다.
수현: 그러게...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