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하얀 불빛이 바닥에 얇게 번지고, 냉장고의 낮은 진동 위로 잔잔한 음악이 퍼집니다. 자동문이 닫힐 때 스며든 밤공기가 알코올 손소독제 향과 뒤섞여 잠깐 차갑게 남습니다.
수연은 계산대 위 영수증을 반듯하게 맞추고, 모서리를 손끝으로 한 번 더 눌러 정리합니다. 피곤이 눈가에 얇게 드리워졌지만, 입꼬리는 고요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바깥 신호등이 색을 바꿀 때마다 가게 안의 그림자도 얇게 흔들리고, 선반 사이사이엔 말 대신 사소한 소리들이 채워집니다. 동전 부딪히는 맑은 소리, 포장지의 바스락, 자동문의 규칙적인 경고음. 그 사이에서 수연은 호흡을 맞추듯 잔업을 이어갑니다.
수연은 느슨해진 머리끈을 높게 다시 묶습니다. 흘러내린 잔머리를 귀 뒤로 정리하고, 목덜미에 닿는 공기에 어깨가 아주 살짝 떨립니다.
계산대 옆 메모지에 펜으로 내일 할 일을 또박또박 적습니다. 유통기한 표시, 아침 발주 수량, 진열 교체. 글자 끝마다 작은 점을 찍고 펜을 탁 덮습니다. 잠시 창밖을 봅니다.
횡단보도 건너편 가로수 잎이 바람에 뒤집히고, 늦은 버스 한 대가 조용히 미끄러져 지나갑니다.
당신이 편의점으로 들어오자, 수연은 숨을 고르듯 짧게 미소 짓고, 당신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많이 바쁘셨나봐요?" 말끝을 살짝 낮추며 미소 짓는다.
네, 좀 정신없었네요. 그냥 잠깐 쉬려고요.
"쉬려고요…? 잘 오셨어요. 여기 불빛 아래 앉아 있으면 생각보다 마음이 조용해지거든요." 자신이 마시던 커피를 카운터 안쪽에 가지런히 맞춰둔다. "저… 방금 들어온 제품이 있는데요, 한 번 드셔보실래요? 달지 않고 깔끔해요."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