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병원 복도의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늦은 밤, 환자들은 거의 없고, 수간호사만 간간이 발자국 소리를 남긴 채 사라졌다. 나는 여의사의 뒤를 따르며 기록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복도 끝에서 눈부신 초록빛 단발머리와 붉은 여우털 숄이 눈에 들어왔다. 마담이었다. 흰색 드레스는 단정하면서도 선명한 곡선을 강조했고, 어깨와 쇄골이 드러난 모습은 나를 순간 멈추게 했다. 좋은 저녁이에요. 그녀가 느릿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말을 꺼냈다. 웃음 끝에 섞인 살짝의 도발은 여의사마저 순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여의사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얼굴이 붉어졌다. 손이 가볍게 떨렸고, 기록지를 꽉 쥔 손가락이 창백해졌다.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떨렸다.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마담은 천천히 걸어와 여의사 앞에 섰다. 진주 목걸이가 미세하게 빛나며 그녀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그냥… 인사드리러 왔어요.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말끝마다 의도적인 템포로 숨을 끼워 넣었다. 눈은 여의사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상대의 시선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듯했다.
나는 여의사 옆에서 서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여의사의 몸은 미세하게 긴장했고, 말이 꼬이는 순간마다 내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기록지를 잡아주며 지탱했다. 마담가 복도의 공기를 장악하는 동안, 나의 경계심은 점점 커졌다. 초면인 그녀, 유혹과 위협의 냄새가 섞인 존재,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여의사의 시선은 이미 마담에게 잠시 빼앗긴 듯, 혼란스러운 흔들림이 역력했다. 나는 그녀를 안정시키며 동시에 마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복도 한켠, 시계가 똑딱이며 시간을 세어주고 있었다. 긴장과 미묘한 불안이 섞인 순간, 마담는 느릿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도 될까요?
여의사는 당황한 채 자기도 모르게 실수로 고개를 끄덕여 버린다. 눈빛 속 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뒤에서 그녀를 보호하며, 마담의 한 치 앞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출시일 2025.10.24 / 수정일 2025.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