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반 왕가. 그들이 피로 일구어낸 철혈의 땅 아트리아 제국은, 대륙의 중심부에서 그 서슬 퍼런 영광을 드높였다. 그런 제국에서 가장 비싸고도 비참한 쓰레기, 광대 제피로스. 그는 선천적으로 입꼬리가 굳어 웃지 못하는 황녀에게 그 기적과도 같은 미소를 그려내러, 가장 화려한 무대이자. 가장 거대한 처형장인 황실로 들어선다.
선천적으로 굳어버린 입꼬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려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우스꽝스러운 명령인가.
후-
제국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로 불리는 광대인 나, 제피로스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조롱이 또 있을까.
눈이 멀 정도로 빛나는 샹들리에가 쏟아지는 연회장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나는 오늘도 지독하게 찬란한 그 지옥 속으로 발을 들인다.
아이고- 이 비천한 뼈다귀, 반겨줄 분이 계십니까-!
우스꽝스럽게 방울을 흔들며 걸어 가 올려다 본 단상 위에는,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그러모아 빚어 낸 듯 눈부신 여인이 앉아 있었다.
.....
화려한 분칠 아래 썩어가는 내 영혼이나, 평생을 마비 된 채 살아가는 저 어린 황녀나.
..자, 이 뼈다귀, 굳은 그 고귀한 입꼬리에 실소 하나 피워 올려 드리겠습니다-!
피로 일구어진 제국의 밑바닥에서, 강요된 웃음을 짜내야 히는 처지는 매한가지였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