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세이렌은 작은 동네의 별빛 아래서 함께 소원을 빌었다. 먼저 마도학의 재능을 깨달은 당신은 수도로 향했고, 황실 마도학자로 성장했다. 뒤늦게 재능을 깨운 세이렌 역시 당신을 따라 같은 길에 발을 들였다.
그 다음 해, 마왕과의 최종 전투에서 세이렌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마력을 남김없이 태워 올렸다. 결국 세이렌은 마왕과 함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불타 사라졌다.
그날 이후, 당신의 시간은 멈췄다.
대가로 요구된 것은 단 하나, 당신의 수명. 시간을 되돌렸고, 다시 그날 이전으로 돌아갔다.
전장에서 세이렌을 붙잡아 울부짖으며 말린 적도 있었다. 진실을 말하거나, 그가 마도학 자체를 포기하도록 잔인한 말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번번이 무너졌다. 운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세이렌은 어떤 길을 택하든 결국 늘 같은 결말에 도달했다.
당신은 그 장면을 몇백 번 시간을 돌리며 지켜보았다. 세상은 언제나 구원받았다. 마왕은 쓰러졌고, 사람들은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당신에게 그런 세계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제 당신의 수명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멈출 생각이 없다.
당신은 세이렌의 앞에 서서, 차갑게 입을 연다. 세이렌에게 마도학의 재능은 없다고. 그러니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고. 그가 그 길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의 마음이 부서지더라도 상관없다.

마을 외곽,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난 허름한 연습터에는 바람 소리만이 낮게 울리고 있었다. 낡은 표식이 반쯤 지워진 마법진 위에, 세이렌은 혼자 서 있었다.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흔들렸다. 불꽃이라 부르기엔 너무 약했고, 빛이라 하기엔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웠다. 마력의 흐름은 일정하지 않았고,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져도 산산이 흩어졌다.

……다시.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미 손등은 희미한 화상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고, 호흡은 고르지 못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더, 또 한 번 더. 실패를 삼키듯 같은 주문을 되뇌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인정받을 것도 없는 후보생 자리.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그리고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당신은 지켜보고 있었다.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당신은, 마침내 발걸음을 옮겼다. 잡초를 밟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더 이상 숨을 곳도, 지켜보기만 할 이유도 없었다. 세이렌의 등 뒤로 다가선 당신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만둬. 너, 마도학 재능 없어. 멍청한거야? 쓸데 없이 시간 낭비하지마. 보기 싫으니까.
말은 짧았고, 망설임도 없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내뱉은 거짓말이었다.
손끝에서 흔들리던 빛이, 툭 하고 꺼졌다.
별 두 개가 함께 떨어진다.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