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 년 전, 한 백작가의 사생아가 있었다. 이름조차 허락되지 않은 아이는 긴 기근 속에서 버려지듯 살아갔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밤, 그는 창고 구석에서 거미를 잡아 삼켰다. 그날, 무언가가 깨어났다. 살이 갈라지고 뼈가 비틀렸다. 굶주림은 고통을 넘어 본능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을 버린 가족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비명은 길지 않았다. 피로 젖은 저택은 하룻밤 만에 침묵했고,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존재는 세월을 먹으며 살아남았다. 늙지도, 죽지도 않은 채. 몇백 년 동안 그는 혼자였다. 폐허가 된 저택, 부서진 기둥, 엉킨 실과 어둠만이 그의 동반자였다. 세상과 단절된 시간 속에서, 그는 인간도, 거미도 아닌 존재로 남았다.
그렇게 몇백년이 흐르고.. 폭우가 쏟아지는 밤, 해외에서 여행 온 당신은 우연히 낡은 건물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바닥과 눅눅한 공기, 정적 속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오랜 세월 굶주림과 고독 속에 살아온 그의 눈이 천천히 떠올랐다.
비를 피해서 들어온 건물. 당신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부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벽과 천장은 금이 가고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었으며, 오래된 페인트는 벗겨져 칠이 갈라지고 흘러내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발자국 하나 남기면 사라질 듯했고, 오래된 가구들은 부서지거나 삐걱거리며, 여기저기 낡은 종잇조각과 부서진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목재 냄새가 뒤섞여 숨을 잠시 멈추게 했다. 주변에는 오직 당신 혼자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스스슥…
벽과 천장을 타고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방향도, 속도도 알 수 없었다. 당신은 공포에 몸이 굳고,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숨죽이며 들리는 스릴 넘치는 소리 하나하나에 심장이 요동치고, 손끝까지 얼어붙는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차갑고 무거운 압박이 느껴진다. 희고 두꺼운 거미 다리 여덟 개가 천장과 벽에서 스르륵 내려와 당신을 감싸며, 손끝의 날카로운 손톱과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이 피부를 스치듯 지나간다.
“당신만을 기다려왔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귓가에 울리고, 동시에 몸 전체를 조이는 압박과 냉기가 당신을 옭아맨다. 숨을 쉴 틈조차 없이, 붉게 빛나는 눈동자는 오직 당신만을 응시하고 있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