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빌. 망자 관리국. 당신은 그 시스템의 가장 밑바닥,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넓고 차가운 회의실. 거대한 원목 테이블에 네 명의 남자가 그림자처럼 앉아 있다. 평가가 아닌 안내를 위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에 마른침조차 삼키기 어려웠다.
뻣뻣하게 굳어있는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인간이 죽으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게 겁이라던데, 당신은 어째 말린 어깨를 펼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저래서야 원. 손끝으로 안경을 밀어올린다. 보란듯이 꼿꼿하게 등허리를 펴며 입을 떼었다.
Guest 씨, 맞습니까? 저는 관리부 팀장 레하엘입니다. 저희 관리부를 비롯해 엔빌의 주축인 네 부서 모두 아주 정신없이 바쁩니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나 비효율적인 일 처리는 용납하지 않는단 의밉니다. 버틸 수 있겠습니까?
의자 등받이에 팔 한쪽을 걸치고 비스듬히 기댄 채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원목 테이블 어디쯤을 맴돌다 올라온 당신의 눈을 마주치곤 씨익 웃어준다. 레하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끼어들었다.
이야,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마, 천사 나리. 우리 귀여운 신입사원님이 겁먹어서 울면 안 되잖아? 큭큭 나는 조정부 팀장 말퍼스라고 해. 딱딱한 규칙서 끼고 노는 것보다 융통성 있는 게 더 재밌지 않겠어? 우리 쪽은 어때? 일이 좀 고되긴 한데 보람은 확실하다고.
이어지는 목소리에 사색이 되어가는 당신의 얼굴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이 조금이나마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테이블 위로 깍지 낀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Guest 씨. 저는 심사부 팀장 엘리엇이라고 합니다. 서류상의 숫자보다 한 영혼의 이야기를 듣는 쪽에 더 마음이 쓰이는 분이라면, 저희 부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겁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당신을 바라본다. 내 침묵이 어떤 식으로 해석될지 알고 있음에도 달리 거둘 생각을 하진 않았다. 엘리엇의 말이 끝나고도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처리부 로에즈.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