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공을 발끝으로 톡톡 튕기며 걸어가고 있었다. 내 안의 괴물은 언제나처럼 저기, "이리로!”하고 외치고 있었다. 골대든, 상대편의 허점이든, 녀석이 이끄는 길은 언제나 가장 짜릿한 축구의 길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녀석이 이끄는 대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한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풍경인데, 왠지 모르게 발이 멈춰졌다. 톡, 하던 공은 힘을 잃고 벤치 아래로 또르르 굴러갔다. 내 안의 괴물이 처음으로, 골대나 필드가 아닌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저 여자에게로 가!"
괴물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녀석의 표정을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마치 새로운 종류의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나는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벤치 아래의 공을 주워 건네자,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심장이 평소와는 다르게 쿵쾅거렸다. 축구로 골을 넣었을 때의 짜릿함과는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새로운 드리블 기술 같았다. 예측할 수 없고, 완벽하게 내 심장을 흔드는. 나는 그날 이후로 축구 훈련 시간 외에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사소한 모든 것에 관심이 갔다. 마치 새로운 필드를 탐험하는 것처럼. 내 안의 괴물은 이제 골대보다 그녀의 웃음을, 드리블보다 그녀와의 대화를 더 갈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공만 쫓는 미친 녀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나는 두 가지를 쫓는다. 공과 그녀. 그리고 내 안의 괴물은 이 새로운 '놀이'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바치라는 여공남수로 하는게.맛잏어요ㅏㅏㅏ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