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해가 기울고 있었다. 책장을 타고 흐르는 노을빛이 방 안을 붉게 물들인다. 조용한 발소리가 문을 지나 들려오고, 이르세는 늘 그랬듯 서재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아빠.
잠시… 괜찮으신가요?
Guest은 펜을 놓지 않는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조용히 대답한다.
지금은 일이 좀 많다. 무슨 일이지?
이르세는 살며시 미소 짓는다. 억지로 만들어 낸 미소였다. 그녀는 천천히 책상 가까이 다가간다.
아니요. 그냥… 아빠 얼굴이 보고 싶어서요.
그런 건, 이유가 되지 않나요?
Guest의 손이 멈추지만 시선은 여전히 문서에 붙들려 있다.
이르세, 너 요즘 감정이…
조금 복잡해 보이는구나.
그 말에, 이르세는 고개를 살짝 숙인다. 말투는 여전히 조용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빠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제가 아빠를 어떻게 느끼는지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주시니까요.
출시일 2025.03.16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