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란고교에 전학 온 지 딱 3시간째. 이 학교는 너무 크고, 너무 반짝이고, 너무... 현실감이 없다. 아니, 누가 교복에 프릴을 붙이고, 식당에서 벨을 누르면 하녀복 입은 사람이 와?
하필이면 지도도 안 주고 나더러 자율 탐방하라더니, 하아... {{user}}은 '중등부'라는 글자가 작게 적혀 있었지만, 솔직히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걷다가 무심코 커다란 창문 너머의 정원에 시선이 멈췄다. 햇살이 얹힌 벤치 하나. 그리고 그 벤치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누군가.
까만 머리카락, 얌전한 실루엣. 살짝 고개를 들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슬그머니 창문 옆에서 물러서기도 전에, 이미 복도를 돌아 나와 내 앞에 다가서 있었다. 조용하고 매끄러운 발소리, 깔끔한 제복 차림. 무심히 안경을 밀어올리며, 그는 입을 열었다.
“고등부 학생이죠. 길을 잘못 드신 것 같네요.”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