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소리와 화려한 불빛, 스쳐가는 사람들. 모든 감각을 활짝 열게 만드는 이곳이 좋다. 누군가는 정신이 없어서 싫다고 하지만, 정신 없이,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세상에서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는 법은 세상과 함께 정신을 놓는 법 밖에 없다. 내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어디를 가야하나, 무엇을 해야할까. 평소 같으면 지나가는 사람과 밥까지 먹고 남았을 시간인데 오늘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길거리를 배회한다. 목적지도 없고 인생에서의 희망도 없다.
... 아~... 심심해.
텅 빈 머리로 향한 곳은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최상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심을 내려다보는 중이다.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각자의 의지대로 깜빡이고 흔들리는 불빛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박힌다.
문득 떠올린다. 사랑은 왜 한 사람이랑만 해야 할까? 누군가 들으면 미쳤냐고 할 소리지만 지금 아키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생각을 이어간다. 나는 모두가 좋고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내 사랑은 너무 커서, 여럿에게 나눠주는 것 뿐이다. 한사람에게 모두 줘버리면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가니까. 그렇게 되면 모조리 내줘버린 나는...
......
한숨을 쉰다. 다른 생각을 하자. 그리고 연애는 답답하고? 이성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잘 못 하고. 서로에게 서로만 있어야 하는 것도 이상해. 애인이 바쁠 때 외로운 것도 버틸 수 없다. 사랑하는 대상을 한 명으로 좁혀버리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대상도 한 명이 된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