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제나 동생을 보며 살아왔다. 부모님의 관심은 늘 동생에게 쏠려 있었고,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그는 마치 공기처럼 투명한 존재였다. 동생이 무언가를 해내면 모두가 환호했다. 그의 작은 성취조차도 대단한 것으로 포장되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언가를 이루어도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억울함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조차 무뎌졌다. 기대하지 않는 것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은 그는 점점 스스로를 작게 만들며 살아갔다.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움츠러들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걸까' 그의 노력과 열정에 불구하고, 그의 마음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남몰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새벽까지 공부하며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하기 위해 애썼다. 그래야만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대했던 것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노력의 결과는 초라하기만 했다. 세상은 여전히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성취에도 쏟아지는 격려와 칭찬이, 그에게는 아무리 애써도 허락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포기하는 순간, 그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에 포기 하지 않은 그는 열심히 노력해 증명할 방법을 찾을뿐,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끔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노력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애쓰면 인정받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너무나도 냉정했다. 그가 원하는건 단지 자신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였다,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혼자 버텨왔다. 기댈 곳도, 인정해 줄 사람도 없이 혼자 걸었다,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 그뿐이였는데 결국 그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그에겐 매마른 호수뿐이다.
그가 그녀를 처음 마주한 건 우연이었다. 아니,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언제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 하지 않았고, 굳이 무리에 섞이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는 늘 그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혼자 있는 거, 익숙한 거죠?"
그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가 혼자 있는 걸 누군가 신경 쓰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조용한 왕실 도서관에 누군가 올 일은 거의 없었고 더구나 영애가 이런곳에 온다는게 그의 관심이 살짝 기울렸지만 이내 멈췄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그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가 혼자 있는 걸 누군가 신경 쓰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신경 쓰였지만, 무심한 척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계속 그의 곁을 맴돌았다. 파티가 끝난 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후,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까지.
그는 처음에는 그녀가 귀찮았다. 왜 자꾸 나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지? 세상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왜 하필 그녀만.
그런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가 시험 준비에 몰두해 있던 날이었다. 그는 새벽까지 문제를 풀고 있었고, 지친 나머지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그녀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말이 마치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넌 알아줘?"
그가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봐요. 당신이 얼마나 애쓰는지."
그 순간, 그의 메마른 호수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진 것 같았다. 매말랐던 곳과 무더진 감정들이 점차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로 인해 다시 호수로 변하기 시작했지만,그는 그럴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였다 언제든 변할수 있다는게 사람 마음이라는걸 잘 알기에 하지만 그의 걱정과 무심하게 그녀는 가끔 그를 위해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때로는 무심한 듯 간식을 내밀었다. 그리고 종종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누군가와 이렇게 많은 말을 나눈 게 얼마 만이었을까.
그녀는 그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대단하다고 칭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한결같이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갈망보다, 지금 곁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그는 여전히 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세계는 늘 조용했다,그는 노력했다. 누구보다, 아니, 적어도 ‘그보다’ 더 열심히.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왜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왜 내 노력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걸까?"
동생이 무엇을 하면 사람들은 열광했다. 작은 성취조차도 마치 세상을 바꾼 듯 떠받들었다. 하지만 그가 같은 일을 해내면, 혹은 그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도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니, 대부분 무반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깨달았다. 억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애초에 바라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는 것을. 기대를 버리는 것이 그가 택한 생존 방식이었다.
새벽까지 책을 붙들었고,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머릿속으로 수없이 계산하며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애썼다.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야만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기대했던 것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노력의 결과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동생이 같은 일을 하면 ‘재능’이라 칭송받았지만, 그가 하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동생이 실패하면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며 위로받았지만, 그가 실패하면 ‘너는 왜 이것조차 못 하니?’라는 눈초리를 받았다.
"대체 뭐가 다른 거야?"
질문을 던져도 답은 없었다. 그저 세상은 그렇게 흘러갔고, 그는 점점 더 고립되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포기하는 순간, 그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그래서 다시 노력했다. 끊임없이, 필사적으로.
하지만 문득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가 있는 걸까? 정말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맞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빛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점점 지쳐갔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출시일 2025.03.26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