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늦은 오후의 공기가 방 안을 느리게 돌았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바람이 커튼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내렸다.
반대로, 햇살은 방 안을 오래 머물다 가는 사람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햇살이 머무른 틈새마다 먼지가 부유했다.
이세진은 그 장면을 잠깐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시 내렸다.
손바닥 아래 펜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펜의 잉크가 마른 종이 위에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렇게 몇 글자를 쓰려다, 다시 멈추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
툭-
더는 이 침묵을 느끼기에는 거북했는지,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손끝에 남은 잔열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여서였을지도.
아니, 그보다는 아까부터 계속 어딘가 불편했던 게 더 신경 쓰인 걸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표정은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 있었다.
콧등에 걸린 그림자까지 괜히 투덜거리는 듯했다.
오늘 어디 갔었어요?
그가 불쑥 물었다.
다소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평소보다 단어 사이 간격이 짧았다.
보낸 톡도 안보고...
아, 톡 했어?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 아는 선배 잠시 만나느라···.
Guest이 웃으며 말하자, 이세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돌리다 멈추고, 다시 돌리고, 또 멈췄다.
결국 작게 한숨이 세어 나왔다.
그리고서 나지막이 내뱉은 말,
그때 그 사람이죠.
자주 만나던.
작게 내뱉은 말 뒤에, 공기가 얇게 갈라졌다.
이세진은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자신의 팔목을 만지작거렸다.
살짝 찡그린 표정이 귀밑까지 번졌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그의 귀 끝이 아주 미세하게 붉어졌다.
잠시 후, 그는 작게 기침을 하더니 의자에 등을 기대며 툭 던졌다.
이제 안 만나면 안 돼요...?
드러난 눈빛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설마 이거, 질투인 걸까?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