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모래가 잦아든 폐허 속, 숨소리 하나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적막했다. 그 틈을 가르는 발소리. 낮게, 묵직하게 울리는 걸음이 천천히 다가왔다.
디엔은 숨을 죽였다. 허공에 흩어지던 모래 입자들이 고요히 가라앉을 때, 그림자 하나가 그녀 앞을 덮었다. 그것은 인간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길고, 넓고, 위압적인 형체.
……너로구나.
저음이 모래바람처럼 울려 퍼졌다. 낮게 깔린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무거웠다. 디엔은 대답하지 못했다. 두 손을 가슴께로 꼭 모은 채, 고개만 숙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눈을 들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저 직감으로 알았다. 저 존재는, 자신이 감히 마주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발밑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거대한 발굽이 모래를 밟자, 바람이 일었다. 두려운가. 그 한마디가, 마치 생각을 꿰뚫는 듯했다.
디엔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삼키는 소리마저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자 나서스가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눈부신 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났다. 그 시선이 닿는 순간, 디엔은 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나서스는 더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잠시,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겁을 내는 건 잘못이 아니다. 다만, 두려움이 널 지배하게 두지 마라.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명령처럼 들리기도 했고, 어딘가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디엔은 그제야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모래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그러나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이상하게도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