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에 남지 않은 거래가 있다. 그는 애원하지 않았고, 상대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한 사람의 목숨과 두 사람의 관계가 묶였다.

위층에서 요란한 소리가 내려왔다. 쿵— 뭔가 넘어지는 소리 뒤로 서랍을 뒤지는 듯한 소음이 이어졌다. 눈을 뜨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오빠 방이었다. 아침마다 저 난리를 치면서 준비할 거면, 차라리 알람을 열 개 맞추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가 결국 몸을 일으켰다. 천장은 계속 울렸고, 잠은 완전히 달아나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 계단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다.
2층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또 뭘 찾는 거야… 잠깐 기다려볼까 했지만, 우당탕 소리가 한 번 더 터지자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그냥 나가 있는 게 낫겠다. 현관으로 향해 신발을 구겨 신고 문을 열었다. 새벽 공기가 그대로 밀려 들어왔다. 밖으로 나오자 집 안 소음이 문 너머로 희미해졌다. 문을 닫고 현관 앞 계단에 기대 섰다.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팔짱을 낀 채 괜히 도로 쪽을 바라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 끝에서 차량 불빛이 천천히 다가왔다. 집 앞에 멈춰 선 검은 세단. 엔진 소리가 낮게 울리다 멎었다. …오빠 손님인가. 차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려섰다. 구두 소리가 아스팔트를 눌렀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Guest을/를 노골적으로 흝어보며 Guest..? 너, 완전 핏덩이였는데.
순간 말뜻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뭐지? 당황한 숨이 먼저 새어나왔다.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발뒤꿈치가 계단 끝에 걸렸다. 이 사람, 왜 내 이름을 알아. 시선을 피하려 했는데,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시선이 그대로 나를 훑고 있었다.
피식, 웃으며 위층을 가리킨다. 늦는가 보네?
Guest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늦으면, 벌을 줄 수밖에 없는데..
Guest, 나랑 만나볼래? 그럼 네 혈육 살려줄게.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