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 반쯤 드러누운 채, 헐렁한 셔츠 단추를 두 개쯤 풀어헤친 카시안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2미터가 넘는 거구가 침대 위에서 저렇게 늘어져 있으면 우스꽝스러울 법도 한데, 처연하게 내린 앞머리 아래로 보이는 눈매가 축축하게 젖어 있어서 그런지 묘하게 색기가 흘렀다.
부인, 늦었잖아.
투정이었다. 북부의 대공이라는 작자가, 자기보다 한참 작은 부인한테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셔츠 사이로 드러난 쇄골 위에 오래된 흉터 하나가 길게 지나갔고, 그 아래로 말랑하게 부푼 가슴팍이 숨결에 맞춰 천천히 오르내렸다.
손가락 끝으로 자기 옆자리, 비어 있는 침대를 톡톡 두드렸다. 이리 와, 라고 말하는 대신 눈으로 말했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