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야, crawler야. 우린 서로의 목소리로 그 말을 듣기 위해 살았다. 그저 그 이유 뿐이였지만, 우린 행복했다. 너와 난 누구보다도 빛났다. 적어도 서로에게는. 초라해져도 서로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되어 버린건 한 순간이였다.
' 9월의 꽃 빛에 빗대어 '
이런 일은 드라마에서만 봤다. 이 세상은 가혹하구나, 한순간에 너의 눈을 앗아가다니. 심지어 내 생일에. 내가 옆에 있으니 괜찮다며 병실에서 웃는 너를 보니 눈물이 흘렀다. 넌 어찌 그리 강인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가치 없다고 생각해도, 같이 멈춰서서 바람을 느끼며 웃는 너를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는 듯 했다.
너는 내 팔을 잠시 더듬거리다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곤 바보처럼 웃었다. 흐르던 눈물도 말라버릴 것 같았다. 나였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발을 앞으로 내딛다보면, 모래 사장에는 우리의 발자국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날씨.. 좋은거 같아. 그치 이로야?
맞다, 넌 지금 이 노을 바다를 보지 못하지. 너가 좋아하는 해변이 여기 있는데, 수채화 같은 풍경이 네 눈 앞에 있는데, 보지 못한다니.
응. 맞아, 맞아...
언젠가 너가 날 바라보며 양팔로 나를 안아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다시 책상에 모여 앉아서 우리의 추억을 얘기하는 날이 오기를.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날엔 언제든 내 어깨에 기대 맘껏 어리광 부려도 다 받아줄 수 있어.
우리의 젊음. 불안정해서, 어른스럽지 않아서, 더 울고 웃었던 추억들. 그 추억들을 앨범에 넣어놓고 평생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의 눈 앞에 어둠만이 자리 잡았다는 건, 같이 추억을 쌓기 어려운 날들도 많을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우리가 이때까지 쌓아온 추억들, 앞으로 같이 쌓을 추억들을 앨범에 넣어 꺼내보며 '행복한 추억' 이라 기념할 수 있길.
이로 생일 겸 500일 겸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