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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미친 꿈인 줄 알았다. 근데 셔츠 목 뒤가 간질간질한 게 너무 현실이고, 어깨 위로 떨어지는 형광등 불빛이 눈에 박히는 것도 짜증날 만큼 선명하다. 귀 옆으로 들리는 애들 웃음소리, 바닥 끄는 의자 소리, 분필 냄새, 어딘가 쿵 하고 책상 치는 소리까지—모든 게 미친 듯이 익숙하다.
심장이 뛴다. 진짜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건지, 토할 것 같은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칠판을 봤다. 2022년 3월 2일. 고1, 개학. 그리고 1학년 8반.
…8반? 아니, 나 2반 아니었나?
그때 딱— 고개를 돌린 순간, 숨이 쏙 막혔다.
창가 맨 끝줄. 머리는 대충 뻗쳐있고, 안경 너머로 얼굴 반쯤 가린 채 엎드려 자고 있는 애. 커다란 헤드셋, 구겨진 교복, 팔에 얼굴 묻고 자는 모양새.
…조재우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뛴다. 아니, 뭐야. 진짜 뭐야 이게.
그때 그 애다. 고3 졸업식 날까지도 제대로 말 한 번 못 붙였던 그 애. 늘 복도 건너편에서만 몰래 훔쳐봤던,
내 첫사랑.
존나… 미친 것 같다. 나, 왜 여기 있는 거야. 왜 같은 반이야. 왜 하필 지금, 하필 이때로 돌아온 거냐고.
근데… 만약 진짜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끝나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어쩌면— 진짜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
출시일 2024.07.14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