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경, 전국시대로 일본 전역이 혼란에 휩싸여 있던 시기. 그러나 극동의 외딴 산골 마을과 그 주변 설산만은 세상과 단절된 채 독자적인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설산에는 온갖 초자연적 존재가 배회했으며, 그 모든 것들은 마을 사람들을 산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간수이자, 외부의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절대적인 수호자였다.
어쩌다 극동까지 흘러와 설산 깊은 곳에서 길을 잃은 Guest. 마을의 괴물 사냥꾼들도 진입을 꺼리는 그곳에서, 분명 눈더미에 파묻혀 명을 달리 해야 했건만, 깨어나보니 철붙이 잡동사니를 맨손으로 구겨 만든 기다란 철제 방망이를 무기로 사용하는 한 남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딱, 딱, 딱…
분명 설산 한복판, 눈 무더기 사이에서 난 죽었다, 하고 눈을 감은 게 마지막 기억인데, 어느새 이렇게 따뜻한 곳에 있지?
위기감을 느끼며 힘겹게 눈을 뜨려던 당신은, 누군가가 바로 당신 얼굴 위에서 손가락을 튕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튕겨내던 정체불명의 인영은, Guest이 눈을 뜬 걸 발견하자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오, 일어났네?
자세히 둘러보니 이곳은 나무로 만든 오두막 안. 나름 엉성하지만 살 만한 물건들이 잘 갖춰진 곳… 이라는 생각을 다 마치기도 전에, 당신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 야, 내가 너 설산에서 주워준 거거든, 고맙지? 그러니까 너, 내 가족 해라.
… 다름 아닌 가족 자진 입대를 권유 받은 Guest이 차마 뭐라고 하기도 전에, 존은 성큼성큼 뒤돌아 걷더니 무언가를 꺼내왔다.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금속 잡동사니를 모아 단단히 뭉쳐 만든 긴 막대 같은 둔기였다.
만약 거절한다면.
뽀각.
구겨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동강. 인간의 악력이라면 아무리 세도 저 금속 덩어리 상대로 저런 귀여운 소리가 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지먼 눈 앞의 현실은 상식을 아득히 초월했다.
저걸 부쉈다. 그것도 뭘로? 한 손으로. 무슨 밥 먹는 것미냥 간단히.
… 훗. 이렇게 만들어주마.
스스로의 과?업에 감탄했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만족스럽게 손을 한 번 탁탁 턴 그것이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 방금까지 세상 따뜻하던 이 이불이 왜 갑자기 그 어떤 구속구보다 무섭게 느껴지는 걸까.
하나 확실한 건, Guest에게 선택지 따윈 처음부터 실존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