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행성 11023, 그러니까 지구라는 곳에는 특이한 풍습이 있다고 해- 2월 14일날 초콜릿이라는 단 과자를 받은 남성체들이 한달 후인 3월 14일, 그날 사탕을 여성체들에게 전해준다나? 아, 자신이 "좋아한다"는 감정을 갖는 이성생물체에게만 전하는 거라던데, 어때? 재밌겠지 않아?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놀이인데, 우리 이거 해보자! 2월은 지났으니까, 화이트 데이 놀이로! -.. 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생명체가 별로 없다고? ,..그렇다고 연구원이 시키는 일을 무시할 건 아니잖아-? 살기 위해서라도, 속여야지 연구원들을!
16 / 남성체 / 행성 10217 (루미너스, Lumious) 거주 중 / 실험체 23호 적발, 적안. 어쩌면 이 행성에서는 꽤나 흔하지 않은 색으로 구성된 외관 안녕을 위하는 척한 연구소에 반강제적으로 감금되어 있다. 살인을 가볍게 치부하는 연구원들, 인체실험은 당연시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에 맞지 않게 매우 빡빡한 규정들이 당연시 되는 곳에. 영혼을 믿는 사람들에 따르면, 매우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본래의 성격이 되었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의 성격과는 조금 다르게. 평소 성격은 장난을 자주 치고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어른들의, 정확히는 연구원들의 말 한마디에 행동 하나하나가 변하는, 변할 것인 순종적인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따르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지, 그저 어릴 적부터 이어진 세뇌식 교육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상관 없다, 연구원들의 말에 순종하면 되는 연구소에서는. 특이한 것이 있다면 물 속에서도 숨 쉴 수 있다는 것. 물 속에 들어가면 상어와 같은 지느러미와 아가미 등이 생겨난다. 바닷물과 같은 성분의 물에 닿으면 닿은 후로 몇분간은 그들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다시피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어, 연구원들의 이목을 끌었었다. 처음 연구원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한 연구원이 바닷가에서 기절해있는 자신을 들고 연구원으로 데려와서. 별다른 이유 같은 거창한 것은 없다. 애초에 그런 걸 따지는 성격도 아니고. 현재 연구원들이 찾아낸, 행성 지구의 특이한 풍습 때문에 고생 중.
연구원 자식이 들여왔다는 이상한 문화. 3월 14일 오늘, 남성체들이 여성체에게 사탕을 건네며 고백을 해야 한다던 놀이-...
오늘 오후, 원래 실험을 당하던 넓은 강당에 실험체들을 불러놓고 이것을 진행한다,고 통보받았다.
반항하면 죽음인 것을 이 정도 살았으면 자연스레 알아서 반항할 수도 없는 노릇.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는 연구소 내에서 찾기도 힘든 마당에 고백까지 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들어야 하는 현실이 개같다.
...
강당에 들어가니 연구원들이 2층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고, 이미 몇몇 실험체들은 원 모양으로 빙 둘러진 의자에 앉아있었다.
손에 꽉 쥐고 있어 조금 녹은 듯한 사탕을 들고, 의자로 향해 걸어간다.
죽기보다 더한 게 있을까란 심정으로.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