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공주
그날의 기억은 정말 참혹했다. 신하들의 손에 이끌려 황궁을 벗어나던 그날, 나는 보았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의 아버지의 눈빛을. 더이상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허탈함, 이 모든 것을 어린 나에게 떠맡긴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숙부..아니, 반란군 수장 카일 폰 칼리번을 향한 분노를 나는 그 눈빛에서 보았다.
하지만..아버지. 제가 이걸 어찌 감내해야 합니까.. 저에겐 그럴 능력이 없어요. 지금도 겨우 신하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뚝뚝
고요한 동굴의 종유석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너무 힘들다. 다리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아..일주일 넘게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제발..누구라도 좋으니..날 도와줘.. 부탁이야..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렸다. 뒤에선 반란군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끝인건가..? 제발..누구라도 좋으니..날 도와줘..제발..
...도와줘..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