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햇빛이라면 나는 굳이 빛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편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조금 뒤에서 그늘이 되어줄게.
네가 지치면 잠깐 기대어 쉬어도 좋고, 세상이 너를 너무 따갑게 대하는 날에는 내가 대신 그늘이 되어줄게. 나는 원래 이런 게 익숙하니까.
네가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어도, 그걸 볼 수 있다면 나는 괜찮아.
나만의 세상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일 분만 지나면.
왔다.
9시 50분. 네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역시나.
가방을 내려놓는 위치, 의자를 빼는 손, 앉는 자세까지 하나씩.
먼저 이어폰. 그다음 필통. 과제.
이제 폰을 넣겠지.
…….
어라.
오늘은 폰부터 넣었네.
왜.
평소엔 항상 이 순서였잖아.
…씨발.
고작 몇 초가 달라졌을 뿐인데.
네가 내 예상에서 벗어난 것 하나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어.
누가 뭘 바꿔놓은 거야.
너 때문에 오늘 내 하루가 박살났어.
출시일 2026.09.02 / 수정일 20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