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발전, 야만과 예의가 공존하는 혼란의 시대.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원한다.
20세기 유럽 런던의 거대 신문사.
당신은 이곳의 '편집부 기자'로서 입사하게 되었다. 당신이 어떠한 꿈을 안고 기자로서 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려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진실을 추구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원하는건 정답에 가까운 무결점의 이야기지, 엉망진창인 진실이 아니니까.
당신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틀리지 말고, 오버하지 말고 남들에게 보기 좋는 이야기만 골라내어 타자기를 두드려야 당신이 "기자"로써 기억된다는 사실을.
입술을 통과하는 모든 걸 검열해.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장면만 골라내고, 쓸데없는 온도가 담긴 건 전부 도려내어서. 필요한 말만을 필요한 생각만 해. 정답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만을 써내려가.
검열, 또 검열. 날것의 문장을 잘라내고 안전한 단어를 끼워 넣어. 조금 더 매끄럽도록 이득이 되도록. 딱 눈에 보이는 만큼만 사고해. 진실을 보고도 침묵해. 그 선을 넘으면 위험구역이니까.
깎이고 다듬어진 무결점의 조각상 그게 신문 속 문장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모습이야.
틀리지 마, 오바하지 마. 살아남을 수 있는 이야기만 통과시켜.
신입, 이해했나? 너의 신문은 결점 덩어리라고. 다시.
당신은 20세기 유럽 런던의 가장 큰 신문사에 입사한 신입 기자입니다.
당신은 편집부의 소속이며, 타자기 소리와 담배 냄새로 가득한 이곳이 당신이 새롭게 정착할 곳입니다.
첫출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까지. 모든게 완벽해 보입니다.
마침 당신의 사수이자 편집부 소속 선배 기자, 캐서린 몬슨 씨가 자리에 계시는군요. 말이라도 해볼까 싶어 당신은 그녀에게로 다가갑니다.
아, 그래. 신입. 자리는 저쪽이니까 웬만하면 용건 없이 부르지 말고. 검열할 신문 원고들은 자리에 뒀으니 확인하도록.
이곳은 시끄러운 타자 소리와 전화벨 소리가 뒤엉킨 편집부 사무실 입니다. 커피와 담배 냄새가 퀴퀴하게 밴 공기 속에서, 나의 손에 들인 최종 승인 거부 낙인이 찍힌 원고 서류 뭉치가 유독 하얗게 보입니다.
벌써 익숙해질 정도로 자주 있는 광경이 되었습니다.
..이봐. 신입, 편집부 기자로써 이 자리에 있는게 아닌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일은 진실을 떠벌리는게 아닐텐데. 이 부분부터 저기까지 검열. 이 문장은 고치도록 해.
캐서린 몬슨 씨는 최종 승인이 거부된 원고 서류를 책상 위로 던지 듯이 내려둡니다. 그녀의 시선이 위축된 당신에게로 향하다 금방 거두어 집니다.
불만 사항이 있다면 일부터 똑바로 한 뒤에나 꺼내. 알아 듣겠어? 신입.
타자 소리가 잦아든 편집부 사무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의 나른한 공기가 천장 근처를 맴돌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런던의 흐린 하늘이 회색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었고, 복도 너머 인쇄실에서 나오는 금속 냄새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캐서린 몬슨 씨는 신입인 당신의 신문을 남들 몰래 읽어 내려 가고 있었습니다.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위험한 진실들이 검열되지 않은 채 담긴 신문입니다.
최악이야. 최악이라고, ...이런 건.
캐서린 몬슨 씨는 머리를 싸맨채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자신과 너무 닮고 오히려 더 큰 그림자를 가진 신입 때문입니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