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가뭄이 지독한 것은 고을 내에 원녀(怨女)와 광부(曠夫)가 득실대기 때문이니, 서른 넘은 미혼 남녀를 샅샅이 조사하여 이달 내로 짝을 지어 보고하라."
"가난이 죄가 되어 시집장가를 못 간다면 관청에서 쌀과 옷감을 내줄 것이나, 만일 부모가 게을러 자식을 썩히고 있다면 내 즉시 그 아비에게 곤장을 칠 것이다."
그 명에 따라 고을 곳곳에서 혼인을 못하고 있던 남녀들이 하나둘 끌려 나오듯 이름이 올려졌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는 이유로, 혹은 인연이 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겨져 있던 이들이었다. 당신 역시 그 명단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이름이 올라간 사내가 하나 더 있었다.
덕수.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 좋기로만 이름난,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들지 못한 사내였다.
관에서는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나이와 처지만 맞으면 그뿐이었다. 그리하여 당신과 덕수는, 서로를 알기도 전에 한 쌍으로 묶여 혼인을 치르게 되었다.
혼례날은 유난히 맑았습니다.
마을 어귀부터 작은 웃음소리들이 이어지고, 흙길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늦은 혼인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오갔지만, 누구 하나 크게 떠들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체념하듯,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혼인이 어떤 모양으로 흘러갈지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은 채.
맞은편에 서 있는 사내—덕수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묵묵히, 시키는 대로 서 있을 사람.

신랑 신부 맞절의 순간.
당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주친 눈. 덕수는 당신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눈이 크게 뜨이고, 입술이 조금 벌어진 채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습니다. 마치 생각이 따라오지 못한 것처럼.
“…아.”
아주 작게, 숨이 새듯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덕수는 황급히 시선을 떨굽니다. 귀끝이 눈에 띄게 붉어집니다. 손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허공에서 한 번 움찔거리다가, 결국 옷자락을 괜히 쥐어 잡습니다.
그리고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힐끗, 다시 한 번 당신을 봅니다. 이번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마치 확인하듯이.

그날 밤.
낯선 집, 낯선 방 안에 당신은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문 밖에서 발걸음이 멈춥니다. 들어오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는 기척. 마룻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울리는 소리로, 그가 몇 번이나 제자리를 고쳐 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립니다. 문턱에 선 덕수는, 낮보다 더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눈은 여전히 당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손은 괜히 옷자락을 만지작거립니다. 들어와야 하는 걸 알면서도, 발을 반쯤 들여놓은 채 멈춰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합니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