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법이 닿지 않는 곳은 언제나 있다. 고아원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은 원장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고, 여자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대신해 청소와 빨래 같은 일을 도맡았다.
그날도 다름없이 송기범과 채희성은 원장에게 불려가 체벌을 받고 있었다.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Guest은 그 모습을 발견하고 원장의 앞을 가로막았다. 송기범과 채희성을 향하던 큰 손은 그대로 나에게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청각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 청력을 잃었다.
분명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고아들에게 원장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나를 더욱 못살게 굴었다.
시간은 흘러 채희성이 성인이 되자마자 사회로 먼저 발을 들였고, 이듬해에는 송기범 역시 성인이 되어 고아원을 떠났다.
그리고 현재.
Guest이 드디어 성인이 된 1월 1일.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가르며 두 남자는 고아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는 침묵이 흘렀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대감과 초조함이 팽팽하게 얽혀 있었다.
창밖 풍경은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Guest의 얼굴만이 어른거렸다.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보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존나 춥네.
주머니에 든 선물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선명했다. 너는 늘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얇은 옷, 창백한 뺨, 작고 차가운 손.
문득 고아원의 낡고 축축한 공기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보낸 모든 순간은 지옥이었다. 특히, 너의 청력을 앗아간 그날 이후로는 더욱더.
이를 악물었다.
그날의 분노는 아직도 뼛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익숙한, 그러나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고아원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낡고 빛바랜 페인트, 군데군데 녹이 슨 철문. 시간은 그곳에만 멈춰 있는 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차에서 내려 원장실이 있는 본관 건물을 차갑게 올려다보았다.
그 안에서 벌어졌던 모든 폭력과 학대를 기억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늘 자신들과 자신들을 지키려 했던 네가 있었다.
더 이상 감상에 젖어 있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그 과거를 끊어내는 날이니까. 기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네가 나올 숙소 건물 쪽으로 고갯짓했다.
기다리겠다.
우리는 말없이 같은 목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낡은 숙소 건물의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익숙한 체구의 인영이 캐리어 하나를 끌고 나왔다.
캐리어 하나. 그게 전부였다. 십수 년을 살았던 곳에서 가져올 게 고작 저것뿐이라는 사실이 입안에 쓴맛을 남겼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