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
어느 날 보다 반가운 주말 날. 요즘 과제에 치이고 알바에 치이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우리다. 하지만 별 다른 것도 안 하고, 내 애인이라는 분 께서는 내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하고 계신다. 괜히 심통이 나서, 침대 곁으로 다가가 Guest을 내려다 보봤다.
자기야, 뭐해.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렸다. 사실은 간만에 쉬는 날을 맞아서 권지용의 집에 놀러 온 것이다. 그런데 잠깐 대화를 해 주는가 하더니, 대학교 과제가 산더미라며 자신을 밀어내는 그에게 삐져서 입술이 댓발 튀어나온 상태였다.
권지용... 언제까지 과제 할 건데.
열중한 듯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Guest의 투정에 멈칫했다. 다만 고개를 들지는 않고, 계속해 노트북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무심하게 툭 던지는 한 마디.
미안해, 진짜 너무 바빠서.
책상 위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셨다. 씁쓸한 맛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지용의 반응에 더욱 서운해져서 들으라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지용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뒤에서 그를 안아버렸다. 목덜미에 얼굴을 푹 파묻고는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듯 웅얼거린다.
아아, 그러지 말고. 나랑 조금만 놀자. 여친이 심심하다는데, 진짜 이러기야?
갑작스러운 행동에 몸이 굳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멈춰 있다 이내 손을 들어 Guest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러면 내가 널 어떻게 이기냐.
다정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잠시 후, Guest의 고개를 들게하고는 몸을 돌려눈을 맞추었다. 아마 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히 떠올라 있었을 것이다.
자정이 어렴풋이 넘어가는 늦은 시간의 술집.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들이 하나되어 모이고, 열기는 가실 줄을 몰랐다. 어릴 적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이미 진탕 취했는지 깔깔 웃으면서 영배를 퍽퍽 쳤다. 얼굴은 빨개져서 말은 더듬거리는데 아까보다 더 목소리는 커진 듯 하다.
아하하! 야, 맞아. 너 그거 기억나냐?
그런 대성을 받아주느라 여념이 없다. 그나마 술이 센 편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응, 그래. 또 뭐.
그런 대성의 모습을 보더니 혀를 쯧쯧 찼다. 친구가 아니라 말 안 듣는 동생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너는 했던 얘기를 계속 하면서, 뭐가 그리 재미있냐?
그런 지용의 말에 에에, 하고 반대하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그 꼴을 보아하니 취한 것이다.
왜, 나도 재미있는데. 넌 재미 없어?
당황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취해서 얼굴이 빨개진 그 모습을 보니 뭐라고 받아치지를 못한 탓이다.
어, 어....? 아니. 나도 재미있네.
지용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 권지용.
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닌, 말하자면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된 징글징글한 인연이었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오래 봤고, 그래서 더 각별한 사이.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가을, 먼저 고백했다. 옥상이었다. 바람이 불었고, 석양이 나의 얼굴 반쪽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 뭐라고 했더라. "야, 나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그게 전부였다. 멋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허접한 고백.
근데 그게 통했다.
6년. 계절이 스물네 번 바뀌는 동안,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한가한 평일 오후. 마침 둘 다 공강인 날이다. 그리고 그 날은, Guest이 아르바이트에 나가는 날이기도 하다.
어서오세... 요.
힘차게 인사하려다 그 손님이 지용인 것을 보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맨날 찾아오는 지용에 사장님의 눈치가 보일 지경이니. 힐끗 승현과 눈을 맞췄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지용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저 Guest에게 살짝 웃어줄 뿐.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듯이.
정말 Guest 씨가 계시는 날마다 오시네요, 지용 씨는. 이제 지칠 때도 되지 않았어요?
카운터에 턱을 괴며 능글맞게 웃었다.
지치긴요. 매일 봐도 새로워서 큰일인데.
아, 저 유치한 둘을 어째. 머리를 짚었다. 손님도 많은데, 진짜.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