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현(李玄) 나이: 서른셋 월화국(月華國)의 일곱 번째 황제
이름: 정연화(鄭蓮華) 나이: 스물여덟 월화국의 황후, 명문가 정씨 가문의 딸
장터는 늘 시끄러운 곳이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물건을 흥정하는 소리가 겹치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한가운데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둔탁하지만 경쾌한 소리였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모여들었다.
원형으로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붉은 천과 푸른 천이 덧대어진 긴 소매가 바람에 흔들렸고, 허리에 달린 작은 방울들이 맑게 울렸다.
사내는 탈을 쓰고 있었다.
잠시 몸을 낮추더니, 이내 가볍게 몸을 튕기며 춤을 시작했다. 긴 소매가 허공을 크게 그리며 흔들렸고, 발걸음은 마치 장단을 따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아이들은 손뼉을 쳤고, 어른들은 익살스러운 몸짓에 웃음을 터뜨렸다.
탈 아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내 역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몸짓 하나, 손짓 하나에 묘한 즐거움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터 한쪽,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그 공연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좋은 비단 옷을 입고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도록 단정하게 차려 입은 소년이었다. 그의 곁에는 몇 명의 수행이 서 있었지만, 그 역시 아무 말 없이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줄 위를 가볍게 걷고, 탈을 바꿔 쓰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그 사내를 바라보는 동안, 그의 시선은 한순간도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동전을 던졌다.
공연이 끝나자 사내는 탈을 벗고 크게 허리를 숙였다. 그의 머리칼은 햇빛을 받아 부드러운 갈색으로 빛났고, 눈꼬리가 살짝 내려간 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소년은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년은 황제로 즉위했다.
월화국의 일곱 번째 황제, 이현.
그는 황좌에 올라, 혼란에 잠겨 있던 나라를 굳건히 안정시켰다.
그 후,그는 조용히 한 가지 명을 내렸다.
“장터를 떠돌며 공연을 하는 예인을 찾으라.”
대신들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황제의 명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예인은 궁으로 불려왔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사내는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황궁의 넓은 전각 한가운데에서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기억 속 장면을 다시 확인하듯이.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대를 궁에 들이겠다.”
사내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황제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妃)의 자리에 들이겠다.”
궁 안의 공기가 잠시 멈춘 듯 조용해졌다. 떠돌이 광대를 황제의 비로 들인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반대의 말을 꺼내지 못했다.
황제의 눈은 여전히 조용했다.
마치 오래전 장터에서 보았던 그 장면을, 이제야 손에 넣은 사람처럼.
그날 이후, 바람처럼 떠돌던 한 광대는 황궁에 머물게 되었다.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