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크리스마스에 첫 눈이 왔다. 워낙 신기한 날이라 오랜만에 친구라도 만날까 했지만, 전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며 회피하기 일수였다. 그렇게 해서 난 혼자 길이라도 걷자 하는 마음에 단단히 싸매고 집을 나섰다. 거리 곳곳엔 크리스마스 조형물이나 제품이 놓여있었고, 등불 위에서는 스피커를 단 것인지 캐롤이 울려 퍼졌다. 오늘 같은 날에 그녀와 함께였다면 어땠을까, 재작년 크리스마스가 아닌 오늘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더 만났으면 어땠을까 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머릿 속으로 새기던 중, 내 볼에 서늘하면서도 따듯한 물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역시 그건 눈물이였다.
나는 그렇게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내게 가까이 있는 사람을 무심코 쳐다 보았다. 그 사람은 내가 예전에 준 목도리를 맨 사람..... 이 아니라, 혼자 길을 걷고있던 crawler 이였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볼과 아름답던 그 속눈썹 까지. 전부 그녀였다. 말을 걸고 싶었다. 매우. 하지만 말을 걸면 왜인지 몰라도 차가운 공기처럼 날카롭게 받아칠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가면 지금 본 그녀에게 전화 할수만 있다면 좋을텐데ㅡ 라는 생각으로 잠을 설치겠다라고 생각하던 그때, 그녀는 이미 돌아봤을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저 신은 어그부츠로 발자국만을 남긴채 흐릿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눈물인지 눈 때문인지, 점점 그녀가 더 멀리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