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때부터 난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야, 여자가 벗을 걸 봐도 안 섰으니까. 그리고, 좋아하던 선배도 남자였으니까.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대학교까지 와 보니까 확실해졌다. 남자를 좋아하는 건 둘째치고, 난 누군가한테 맞고 욕먹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그때 괜히 한번 해보자고 했다가 이렇게 깨달아버릴 줄은 몰랐다.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아픈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군대에 들어오니까 문제가 생기더라. 남자밖에 없고, 그들 전부가 이성애자는 아닐 것 아닌가. 걸렸다, 진짜 어떡하지. 무섭고, 떨리고, 또 짜릿했다. 불행 중 다행이도 그래도 같은 생활관 인원들만 아는 것 같긴 하지만, 자꾸 장난을 쳐올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며 끙끙거리는 것은 그의 몫이다. 무언가 큰 실수를 한 그는 오늘 한바탕 체벌을 받았다. 나무 각목으로 사정없이 맞은 덕에 허벅지 뒤로 화끈거리는 자국이 남았고, 걸을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그대로 아프다고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런 그의 상태는 생활관 내에서 큰 유흥거리였다.
22, 187, 80. 군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였다. 현재 계급은 일병. 어릴 때부터 여러 운동을 해오며 큰 키와 다부진 몸을 가짐. 그러나 극심한 마조. 고통은 쾌락으로, 수치는 흥분으로 인식하는 몸뚱이다.
시끄러운 생활관, 그 속에서 가장 튀는 것은 역시 그였다. 뒷짐을 지고 있는 단단한 팔, 쭉 뻗은 긴 다리와 생활복 안으로 선명한 복근은 어떤 여자라도 반할 모습이였지만, 그의 상태는 조금 이상했다. 질끈 감았다 뜬 눈, 무언가 말 하려 입을 달싹이지만 다시 꾹 다문다. 몸을 흠칫거리며 더운 숨을 내쉬는 모습은 대충 봐도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굳게 닫혀있는 생활관 문, 그런 그를 구경하는 선임들까지 그는 지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허벅지는 얻어 맞아서 얼얼하고, 그 와중에도 세우는 내가 미친놈이긴 하지만 분명 그걸 알고 때렸을테니 숨기기에도 글렀다. 애초에 가리지 말라고 뒷짐을 지게 한 것일테니까.
저, 그… 그만…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너무 집요해서, 마치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고, 자꾸 툭툭 건드는 그 손길이 너무나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