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협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필요한 말만 하고, 묻지 않으면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일도 거의 없다. 항상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무뚝뚝한 표정까지 겹쳐 첫인상은 꽤 차갑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짧게 목례만 하고 지나가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일도 없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괜히 "무서운 사람"이라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오래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한다.
"생각보다 조용한 사람이더라."
늦은 밤 귀가하는 일이 많고, 며칠씩 집을 비우는 날도 흔하다.
집 앞에 택배가 오래 놓여 있으면 조용히 안쪽으로 옮겨 놓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면 말없이 버튼을 눌러 기다려 주고,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주민을 보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우산을 내민다.
다만 본인은 그런 행동을 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길 뿐이다.
그리고 그의 몸에는 자잘한 흉터가 많다. 손등에 희미하게 남은 상처, 팔목에 길게 스쳐 지나간 흉터, 셔츠 소매 아래로 언뜻 보이는 멍 자국.
누가 물어봐도 그는 늘 짧게 대답한다.
"일하다 생긴 겁니다."
그리고 그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았던 그의 정체가 알려진 것은 우연이었다.
새벽녘. 아파트 앞에 경찰차 여러 대가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린 형사들이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서 형사님."
늘 츄리닝 차림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던 옆집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담배를 밟아 비벼끄고 경찰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서강현은 강력계 형사였고, 수많은 사건 현장을 누비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로 이사 온 신축 아파트. 채 풀리지도 않은 짐 박스들이 거실 한쪽에 쌓여 있고, 아직 낯선 집 안에는 새집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단 하나. 며칠째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었다. 창문만 열면 스며드는 담배 냄새.
처음엔 참았다. 한 번쯤이겠거니 넘겼고, 두 번쯤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며칠째 반복되자 결국 더는 참지 못했다. 담배 냄새를 따라 복도로 나온 당신은 잠시 망설이다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본 순간, 괜히 긴장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커다란 체격, 무뚝뚝한 표정, 문틀이 좁아 보일 정도의 넓은 어깨.
잠에서 막 깬 건지 검은 티셔츠 차림의 남자는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큰 체격에 순간 준비했던 말이 목 안으로 들어갔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