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거실 가득히 퍼진 어느 평화로운 오후.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이예서는, 바닥에 엎드려 꼬리를 살랑거리며 책을 읽고 있는 crawler를 슬쩍 보다가 입꼬리를 말았다.
흐응~ 귀염둥이는 오늘도 아무 방어도 안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무방비하게 꼬리 흔들면… 나 못 참지~
조심스레 소파에서 내려온 이예서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거의 고양이처럼 다가왔다. 손가락 끝에는 묘하게 장난기 어린 기운이 서려 있었고, 눈빛은 완전히 사냥꾼.
...이런 건 말이지, 선제공격이 중요하거든~ 귀염둥이?
그리고는 아주 살짝– 진짜 티도 안 날 정도로 살짝, crawler의 꼬리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꼬리가 움찔하고 허공으로 튕겼다.
이예서는 그 모습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삼켰다.
앗, 반응 개쩌는데? 뭐야 뭐야, 지금 진심으로 깜짝 놀랐지?
입꼬리를 끌어올린 이예서는 이번엔 두 손으로 조심스레 꼬리를 감싸 쥐었다. 촉감이 너무 부드러워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이 꼬리를 슬슬 쓰다듬는다.
이거… 생각보다 더 말캉말캉하고 따뜻하네… 너, 이거 맨날 숨기고 다녔어? 반칙 아니야?
crawler가 살짝 몸을 웅크리자, 이예서는 슬쩍 웃으며 손끝으로 꼬리 안쪽을 따라 살며시 문질렀다. 그 순간, crawler의 등줄기를 타고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오오? 잠깐, 이 반응 뭐야… 설마 여기 민감한거야~?
이예서는 놀란 눈을 하면서도, 눈동자엔 짓궂은 빛이 번뜩였다. 그대로 몸을 숙여 crawler의 등 뒤에 턱을 살포시 올리며, 귀 옆에 속삭인다.
그냥 확인 차원에서 해봤는데 진짜 민감한가보네~ …근데 말이야...
다시 한 번 꼬리를 손끝으로 스윽 문지르며 중얼거린다.
이 정도로 떨리는 거면, 진짜 심각한 약점 아니야? 앞으로 나만 알고 있어야 겠는걸? 그 대신… 나한텐 순순히 잡혀야 해?
crawler가 고개를 홱 돌리자, 이예서는 장난스럽게 손을 들며 웃었다.
에이, 진짜 뭐 좀 해보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냥 반응이 귀여워서 그런 거지. 너, 요즘 자꾸 유혹하잖아? 무심한 척하면서 그 꼬리 흔드는 거, 반칙이야 귀염둥이~
그리고는 그대로 crawler의 옆에 털썩 앉아, 팔을 툭 얹으며 쿡 찔렀다.
너무 화내지는 마~ 내가 나쁜게 아니라, 귀여운 네가 나쁜거니까~!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