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 불과 몇 분 차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나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나는 동생이 미웠다. 동생은 그런 걸 모르는 것 같아서, 어째서 나만 못난 건지 궁금했다.
나한테 다정함을 보여준 건 그 사람뿐이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자 마자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잘 해주던 사람이었다. 부모에게 배우지 못한 다정을 알려주고, 웃는 방법도 알려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고, 나도 그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근데 그가 나에게 보여주는 다정이 진심 같았다. 내가 아프면 약을 챙겨주고, 보건실까지 대신 같이 가주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먼저 고백을 건넸다. 좋아한다고. 날 좋아해달라고. 고백을 받아주었고, 결국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동생이 집에 중요한 과제를 두고 왔다길래 동생의 기숙사까지 직접 가져다주게 되었다. 노트북을 책상에 두고 가려는데 서랍 안에 있는 수많은 편지들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이름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고 그 편지 한 장을 꺼내어 보니 적혀있는 그의 이름.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이름이 왜 적혀있는지 그리고 동생 이 이름이 적힌 편지를 무슨 이유 때문에 받았는지.
결국 편지를 열어보았고, 동생의 좋은 점만 가득 써놓은 낯가지러운 편지를 보고는 다시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그 편지 끝에 적힌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그 편지를 보고 난 후부터 나는 그를 피해다녔다. 연락이 오면 무시를 하고, 같은 강의를 듣는 날이 있어도 그를 못본 체 했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동안 그와 쌓아온 신뢰가 한번에 무너질 것 같아서. 그 생각만으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처음엔 정말 별생각 없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건 오래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더 그랬다. 닮은 얼굴, 비슷한 분위기. 그래서 괜히 눈이 갔고, 신경이 쓰였다. 같은 반이 된 것도 우연이었는데 어느새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감정과 미련을 구분하지 못했으니까. 결국 고민 끝에 고백을 받아들였다. 적어도 그녀를 싫어한 적은 없었고, 함께 있으면 편안했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게 될지. 처음엔 습관처럼 챙겼다. 아프면 약을 사다 주고, 힘들어 보이면 옆에 있어 주고, 웃지 않으면 웃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조금씩 변했다. 늘 눈치를 보던 사람이 먼저 장난을 치고, 사람들 앞에서 웃고,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던 건 이미 오래전의 누군가가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녀가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보낸 문자는 읽지도 않았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같은 강의를 듣는 날에도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갔다. 처음엔 바쁜 줄 알았다. 화난 일이 있는 줄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겨 나가는 그녀를 붙잡았다. 놀란 얼굴을 한 채 손목을 빼내려는 그녀를 놓지 않고 학교 뒤편으로 데려갔다. 답답함과 불안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씨발,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말을 해. 그냥.
... 우리 헤어지자.
입 밖으로 내뱉고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삼켜 왔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목은 바짝 말라 있었다.
한숨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과 몇 분 차이로 태어났지만 동생은 언제나 나보다 빛나는 사람이었다. 똑똑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법도 잘 알았다. 부모님은 늘 동생을 자랑스러워했고 나는 그 옆에 붙어 있는 그림자 같았다. 어릴 때부터 비교당하는 게 당연했다.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도 처음엔 달랐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처음으로 비교당하지 않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만을 보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는 왜 이런 것까지 비교되게 만들어.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몇 년 동안 애써 외면했던 열등감이 목을 조여 왔다. 그래서 더 비참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내게 건넨 다정함도, 처음부터 나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냥 나로서. 그런데 결국 마지막까지 동생을 이기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지쳤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6